저작권법 개정안 발효에 대하여.
지난 1월 16일, 작년에 개정된 저작권법이 발효되었다. 주요 내용은 MP3로 대변되는 음악 파일을 네트워크상에서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전송권) 그 밖에, 언론사 뉴스 등을 무단으로 복제, 제공하는 것 - 흔히 말하는 펌질 - 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화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참고하기 바라고..

이러한 개정 저작권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서 폭발적이다. 각 언론사 웹사이트의 해당 기사들에는 온갖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고, 저작권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서명운동 또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는 그러한 여론들을 등에 업고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써서 그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말 멋지고 대단하고 훌륭해서 웃음이 나와버리는 일이다. 디스가이아의 모 캐릭터의 대사가 생각나는군. '이 빌어먹을 세상! 다 뒈져라!!' 였던가.. 이런 얘기 - 지적재산권 관련 논쟁 - 는 너무 많이 나와서 정말 재미 없다. 그렇지만 이런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제대로 살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다시 리바이벌 해보겠다.

명백히 정의하고 넘어가야 하는 최우선 사항은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해설하자면, 새롭게 창작된 모든 저작물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즉, 사유재산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개인의 재산과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된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니만큼,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되고, 또한 보호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 난리를 피우고 있는 저 '도적단'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매우 기본적인 전제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공유정신'을 강조하며 모든 저작물들이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이용해주니 고맙게 여기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까지.. 어느 누구도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복제와 도용을 범죄로 여기지 않는것 같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역사적으로는 전란의 연속인 시대를 거쳐 온 민초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치보다 보이는 가치를 우선시하는 유물론적 사고가 뿌리깊게 박히게 된 데에서 찾을 수 있겠고, 권력을 가진 지배계층의 압제와 수탈을 빈번히 겪으면서 홍길동과 같은 구원자를 기대하는 심리에다, 한국인 특유의 일그러진 평등주의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빨갱이라면 치를 떨도록 만든 파시즘이 지배했던 시기를 거쳐 온 것이 무색하게 국민들의 사고가 -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 공산주의에 물들어 있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누가 당신 지갑에서 멋대로 돈을 빼 간다면 당신은 그것을 그냥 넘길 수 있을까? 저작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정당한 노력의 댓가를 자신의 오락거리로 무단으로 훔쳐가는 행동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강도짓을 벌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작자가 저작물을 만들어서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버는 활동은 농부가 농작물을 키워서 수확하여 내다 파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 회사원이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댓가를 월급으로 받는 것 또한 동일하다. 이렇게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얻어지는 수익을 무단으로 갈취하는 행동을 범죄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매체는 말한다. 국민을 범죄자로 모는 것이냐고. 그러나 이미 우리들은 범죄자였다. 저작권법 개정안으로 이번에 범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범죄자였을 뿐이다. 생각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저작물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들의 양심회로가 고장난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고장난 것은 고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러가지 개소리들이 따라붙는다. 또한 그 레파토리도 너무 뻔하다. 그 중에서 굵직한 것을 몇개만 뽑아서 미리 답을 하자면..

>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 네 지갑도 같이 공유좀 해보지? GNU를 들먹이며 공유정신 어쩌고 하는 또라이들이 있는데, GNU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개로 풀기 전까지는 그사람 것이다. 어느 미친놈은 '저작물을 공표한 시점에서 그것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헛소리를 하더군.

> 너는 복제 안하냐?
- '너희들 중 정녕 죄 없는 자만이 이자를 돌로 쳐라'라는 예수님 말씀까지 들멱여 주시는 훌륭한 분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남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오십보 백보'론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10만원 훔친 놈하고 1억을 훔친 놈은 다른 처벌을 받는다. 50보와 100보 사이에는 50보 만큼의 차이가 있는 거다. 무결성을 방패로 개선의 의지를 뭉개버리려는 사악한 악마들아 지옥으로 떨어져라.

> 그건 돈주고 살만한 가치가 없다.
- 그럼 안사고 안쓰면 되지, 신발샛길들아. 중국집 가서 자장면 곱배기에 탕수육까지 시켜먹고 '이거 맛없어서 돈 못내겠다!'고 한번 해봐라 어떻게 되나. 도둑놈들이 자기가 훔친 물건값을 부풀리는거 봤냐? 다 별거 아니라고 깎지. 자의적인 기준으로 매긴 가치를 도둑질의 이유로 삼지 마라. 너희들이 훔치지 않아도 품질이 낮은 물건은 팔리지 않으니까 자연히 망할 거다. 그것이 시장경제라는 거다.

> 돈이 없는데 너무 비싸서..
- 그럼 얼마면 살건데? 공짜에 한번 맛이 들면 공짜보다 비싼 것은 전부 다 엄청나게 비싼 바가지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침에 공짜로 나눠주는 신문들에는 광고가 떡칠되어 있고, 휴대폰으로 날아오는 공짜 사은품 안내에는 무시무시한 덤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돈이 없으면 아예 손을 대지 마라. 없다고 죽지는 않는다.

> 예술작품을 장삿속으로 생각하는게 문제다.
- 예술하는 사람들은 밥 안먹어도 산다더냐? 오이 세개 먹고 만들었다는 말 듣고 진짜 그런줄 아는 멍청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망한다면 뭔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겠지. 문화 저작물들이야 이용 안한다고 죽는게 아니니까 딴거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만.. 그건 마치 농작물 갉아먹는 메뚜기 떼들이 이동네 것 다 털어먹고 다른 데로 옮겨가는 것으로 밖엔 안보인다.

> 가진 자의 횡포일 뿐이다.
- 그러니까 너는 돈 안받고 일 할수 있냐고.. 자본주의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노력의 댓가를 받아 먹고살면서 다른 사람의 노력의 댓가는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건가? 정말 사회주의 식으로 한다면 저작물을 무료나 저가에 공급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저작물세(稅)'를 걷어서 저작자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그럼 세금 올라간다고 난리칠거 아냐?

그리고.. 저작권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모르면서 선동성 기사를 만들어내는 찌라시들과 여기에 멋모르고 부화뇌동하는 찌질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제발 공부 좀 해라. '사적 이용'의 범위라던가, 각 영업장에서 실제로 저작물 사용에 대해서 얼마만큼 비용을 지불하는가라던가, 저작물의 적절한 가격이라던가, 저작권자에게 댓가가 돌아가게 하는 모델이라던가..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공부 없이 육두문자 써가면서 거품 물어봐야 도둑놈의 헛소리일 뿐이다. 제대로 된 대안과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판단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시하자면, 내가 산 CD를 MP3로 만들어서 듣고 다니는 것은 괜찮다. '내가 산 CD를 골방에서나 들으라고?'라는 찌라시나, '내 CD를 내가 MP3로 만들지도 못하냐!'는 초딩들은 이쯤에서 닥치고 찌그러져라.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쓰는 것은 문제 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공간이라 사적 이용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비공개 페이지라면 모르겠지만.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장에서 사용한다면 업주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사 또한 저작물이니 만큼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쪽은 좀 오버라고 생각되지만 일단 원칙은 그렇다.

그리고, 사람들을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을 가진 쪽과 관련 업계에서는 누구나 정당한 방법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저작물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복제 방지 시스템 등 부수적인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질 제품을 만들어내거나 물건을 제대로 팔지도 않고, 아무나 훔쳐갈 정도로 허술한 관리를 하면서 도둑놈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투정만 부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진실을 등지지 말고 양심을 버리지 말자. 대낮에 광장에서 남의 것을 훔치며 남들 다 하는거라 죄가 아니라고 항변해 봤자 자기합리화밖엔 안되기 때문이다.
by areaz | 2005/01/18 10:58 | 정치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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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ehlermeldu.. at 2005/01/22 01:26

제목 : 작금의 저작권법 사태와 관련.
아레즈님의 기계화제국에서 퍼온 글 저작권 관련 얘기, 명쾌하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어서 삼가 트랙백 쏘면서 갖고왔음. 참고삼아 다들 필견 하시오. ..... 요새 하도 이거 관련해서 무뇌자들이랑 어울리기 싫어서 닥치고 자빠져 있었는데. 야, 느그들 지금 장난하나?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물론 법이 잘못되어 있으면 개정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이 법안이 좀 많이 빡신 것도 사실이다(라기보다는 JASRAC의 조항을 그대로 베낀 듯하지만) 하지만. 이게 헌법에......more

Commented by ◆박군 at 2005/01/19 11:3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Lohengrin at 2005/01/19 19:42
전송권에 대한 개념들이 잘 없더군요. 확대 해석에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욕하기도 하고, 좀 어이 없는 글들이 많은데. 언론사 마저 어이없는 글을 써서 정말 어이 없어 졌죠. ^^;
Commented by 歪曲王 at 2005/01/19 21:12
당연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자유를 억압하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어이없더군요. 게다가 일부 사람들의 헛소문이나 부풀리기에는 염증을 느낄 정도입니다.
정말 정품 DVD 같은 것을 사서 보는것이 바보같은 짓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되는 때가 언제일까요?
Commented by 포킬 at 2005/01/22 06:21
글 잘 읽었습니다 .'재주는 곰이넘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 라는 글이 떠오르는군요.
Commented by 玄武 at 2005/01/25 01:16
정리하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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