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망한다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 - 일본의 독도 망언, 교과서 왜곡, 총리의 신사 참배 등등 - 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전체가 분노했고, 그것을 지켜본 중국이 좀더 강력하게 끓어오르고 있다. 강력한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 대규모 반일 시위가 발생하고, 그 와중에 '불행히도' - 이 말이 들어가면 뭔가 대단히 정치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묘한 재미가 생기는군.. - 중국내의 일본 관련 시절과 일본인들이 공격받는 일까지 생겨났다.

당연히 일본은 발끈하고 있고, 일본내 우익단체 - 우익단체라는 표현을 쓰기엔 '우익' 이라는 말이 대단히 오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하겠지만 - 들이 그들 특유의 행동력 - 검은색 버스를 타고 몰려다니는 - 으로 중국공관에 실탄이 든 협박장을 보내는 등의 테러 위협을 가하고 있는 참이다. 일본 정부는 분쟁지역의 해저유전 채굴을 개시하겠다는 카드를 들고나왔고, 정부나 여당의 고위 인사들은 자위대 파견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을 지켜보는 우리 쪽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부지리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일부 과격파들 가운데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한판 뜨기를 은근히 바라는 모습도 보인다. 개중에는 일본이 중국을 공격하여 주로 해안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공업지역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재미있는 생각도 있다. 이것을 보니 중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인다면, 또한 중국이 망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경제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 1 교역국이다. 또한 국내의 많은 기업과 공장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지구의 자원과 재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중국이 망한다면 - 경제적으로 풀어 쓰면 '성장이 둔화/정체된다면' 정도가 될 것 같다 -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단, 만든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어진다. 100을 만들어서 100을 팔았는데 50을 못팔게 된다면? 그러고도 안 망한다면 그게 이상하겠지. 아니 그 전에 팔 물건을 만들 공장이 없어진다는 것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대중국 수출과 투자를 하고, 중국내 생산기지를 가진 국가나 기업이라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약점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극렬 자국 중심주의로 인해서 자본주의이면서도 자본주의가 아닌 것 같은 요상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공해 등의 환경문제 유발, 선발 제품의 무단 복제 등으로 관련국들과 끊임없는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의 선진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극히 단순하다. 지구는 하나뿐이니까. 어째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같다. 하여간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부(Wealth)는 지구가 가진 자원과, 인간의 지적 창조물에 인간이 매긴 가치로부터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은 무한하지 않다. 어디 M78성운의 착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어여삐 여기어 산타클로스식 햇볕정책을 써준다면 모를까..

하여간, 현재의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한정된 자원의 폐회로 구조를 적용하면 부를 가질 기회는 개체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고, 많은 것을 얻는 누군가가 있다면 적은 것을 얻거나 혹은 아무것도 못 얻는 누군가도 생기게 마련이다. 좀더 알기쉽게 얘기하면 옛날 누군가가 말한 식으로 '한명이 미국인이 잘먹고 잘살기 위해 X명의 남미 어린이가 굶어 죽어야 한다'라는 식의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잘 살기 위해서, 보다 많은 부를 누리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하고, 또한 자국 저소득 계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은 필요하기 마련인데, 여기에 값싼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같은 저개발 국가들이 있어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기업들이 앞다투어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래서 중국은 고도 성장 중이고, 그 과정에서 고도 성장기의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력 착취, 환경 문제 무시, 남의 것 베끼기가 횡행한 것처럼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장기에 겪었던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덩치가 큰 탓에 그게 좀 심하게 나타나서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젠 우리가 좀 먹고 살만 해졌고, 우리의 제품들이 타국에서 모방이 대상이 될 정도로 우수해진 덕분에 우리를 바짝 따라오는 중국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은 이해하지만, 우리의 과거 또한 어두은 탓에 그렇게 떳떳히 비난할 입장은 못되는 것 같다. .. 라지만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 공소시효 끝난 거라면 그냥 생까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 자본주의의 도리. (..)

여하튼, 지금의 세계 경제는 소비와 생산의 축이 된 중국과, 막대한 적자로 그것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곧바로 세계경제의 후퇴로 이어지고, 미국이 적자 증대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여 경제가 위축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답이 안나오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쪽이 너무 잘나가면 다른 한쪽이 흔들리는 상황, 한쪽이 무너지면 그것이 핵폭발과 같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세계 전체가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 같은 위기감이 지속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적대시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밀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현재로서는 따라오는 중국을 떨쳐버리기 위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중국 일변도를 탈피하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빠질 수는 없겠지만, 감정적인 대응으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특히 개인적인 레벨에서는..

역시 쓸데없이 길어지니 뒤죽박죽이 되는군.. 원래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까지 얘기해볼 생각이었지만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보다는 낫다'라고 해 두고 이쯤에서 접어야겠다.

웅~ 뭔가 3줄로 요약하는 공부라도 해야 할까?
by areaz | 2005/04/15 13:32 | 정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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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주전자 at 2005/04/15 15:13
굶어죽는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도 나몰라라 이지요
Commented by areaz at 2005/04/15 16:40
to 주전자
왜 굶어죽는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봐야겠지만.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나몰라라까진 아니고, 사회복지에 무한정의 자원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 해결이 불가능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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